구독 경제가 미국에서 잘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3편: 미국의 유통구조처럼 바뀌어야 된다

SaaS in the world

2024. 5. 6.

2편에서 국내 유통구조에 대한 문제와 정부의 대처 방안 및 현실적 문제에 대해 얘기해 봤다.

"자본주의 시장에선 어쩔 수 없는 거야!"

라고 주장하기엔 자본주의 끝판왕인 미국은 직거래, 구독 결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보다 1차 산업 규모가 훨씬 큰데 말이다. 과연 미국은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의도는 아니었지만 대박이 난 '농경 데이터화'


미국 남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이라면 2017년은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는 해일 것이다. 바로 '허리케인 시즌'이었기 때문.

우리나라에선 '태풍'이라 부르는 열대성 저기압을 미국에선 '허리케인'이라고 부르는데 이 허리케인은 총 5등급(Category 1 to 5)으로 분류된다. 숫자가 높을수록 위력이 강한 허리케인인데 2017년 9월에만 무려 5등급 태풍 2개, 4등급 태풍이 2개나 오면서 미국 남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9월에 집중적으로 몰려오며 미국 남부에 큰 피해를 입혔다. (출처: 위키피디아)


특히 농경지 뿐만 아니라 피해 지원과 관련된 각종 시스템도 마비되면서 농부, 목장주들이 피해 복구에 전념해도 모자란 시간에 허리케인 피해 지원을 직접 신청하러 가야 하는 일도 벌어졌다. 가뜩이나 땅도 넓어서 한번 가려면 일인데 몇 번씩 가야 하니 난리가 안 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 계기로 미국 농무부는 빠르게 변화를 시도했는데 크게 3가지이다.


- 기존 웹사이트의 복잡한 절차를 최대한 축소하고 최대한 간단히 정리

- 최신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포털 개설

- SaaS 도입으로 농부들이 수확물을 직접 판매 신청


특히 SaaS를 도입하면서 농작물의 수확량, 실제 판매량, 판매자들의 니즈가 계속 저장되면서 고객이 필요한데 재배량이 부족한 작물을 농부들에게 권장하거나 생산량이 많을 경우, 미리 비용 감소를 고지하거나 다른 판매처와 연결해 주는 방식으로 농가의 업무 효율을 엄청나게 끌어올렸다.

USDA가 도입한 CRM 'Farm Division'. 요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다 (출처: USDA)



결국은 '법'과 '제도'다.


지난 편에 우리나라 유통 구조에 대해 설명을 했었는데, 이를 다시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소비자 지불 가격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생산자는 50.3%, 유통 비용률이 49.7%이다.

2. 문제는 자동화되어 간접비가 줄어드는데 그걸 전부 이윤으로 가져가고 있다.

3. 심지어 사과는 생산자가 37.4%, 유통 비용률이 62.6%인데 중간 유통의 이윤이 38.8%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단계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도매, 소매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보다 중간 과정이 적다) 하지만 미국 유통 과정이 효율적이고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건, 과정마다 법으로 '명확한 기준'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파카법, 자조금 제도, 표준등급화, 공동출하라고 볼 수 있다.


파카법(The Perishable Agricultural Commodities Act)

부패성이 강한 청과물 거래 시, 거래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분쟁을 쌍방 책임으로 명시. 매매자의 권리 보호 및 신속한 거래를 유도하는 법. 신속한 대금 지불이 법으로 강제되어 있다.

농산물 구매회사 파산, 폐업을 대비하여 출하자가 판매 대금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도록 신탁 제도도 운용 중


자조금 제도

광고 및 정보 제공을 통한 농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비용 지급. 이외에도 소비자 교육, 표준화, 생산과정 및 품질 향상, R&D를 위한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제도


표준등급화

품목별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인증 서비스를 제공. 이를 통해 출하자, 도소매, 소비자까지 모두 동일하고 표준화된 이해도를 가질 수 있음


공동출하

생산자가 도매 업체에 직접 청과물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포장 센터를 갖추고 포장 및 출하를 진행. 만약 이를 갖추기 어려울 경우, 산지중개상이나 농업협동조합을 활용하기도 함. 이들이 보유한 광범위한 유통망 활용을 위해 선택할 수도 있음


결국 법을 통해 보호하고 제도를 마련해 농부들을 안정적으로 지원한 것이 질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걸론 부족해! 직거래, 진행시켜

이미 SaaS, 법, 제도를 통해 유통 구조를 최적화하고 있지만 미국은 부족하다고 느끼나 보다. 농산물 직거래법(The Farmer to Consumer Direct Marketing Act)까지 만들어 촉진 사업을 추진하니 말이다.

직거래에 참여하는 농가들은 보통 소농(가족농), 노령 농가, 출하 규모가 크지 않은 농가들이 참여하는 구조다. 재밌는 포인트는 직거래 농산물 가격이 평균적으로 일반 시장보다 높다는 점이다.


"어? 직거래면 싸야 되는 거 아닌가?"


라고 말할 수 있는데, 오히려 품목 특화, 유기농 재배 등 하이 퀄리티 제품으로 승부를 보기 때문에 보통 가격이 더 높게 거래된다. 또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소비자를 확보하는 '관광농업'의 형태를 결합하기도 한다. 미국 영화를 보다 보면 지역 축제처럼 다양한 이벤트들이 나오는데 대부분이 '관광농업'이다.

그리고 이런 농가들이 최근 SaaS와 많이 연동되고 있다. SaaS와 연동되면 시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가에 강력한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협업이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주 또는 월 단위로 구독해 신선과일 및 채소, 유기농 요리 재료를 받아볼 수 있는 데일리 하베스트(Daily Harvest)나 아이용 유기농 음식 배달 서비스 리틀 스푼(Little Spoon), 15분 이내 요리를 할 수 있도록 재료를 제공하는 고블(Gobble)과 같은 식품 SaaS와 연동하고 있다. 특히 유기농 재배 농가들에게 기회가 많이 열리는 중이다.

SaaS 덕분에 다양한 농가들이 매출을 낼 수 있게 됐다.


결국 유통과정 전반에 강력한 법과 제도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질 좋은 농산물을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농업 규모, 생산력의 차이를 미국과 비교할 순 없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도 획기적으로 낮출 순 없을 확률이 높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질 좋은 농산물을 지금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빠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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