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샀는데, 에어컨을 키려면 '구독'을 해야 된다고?
SaaS in the world
2024. 6. 5.
아니, 엉뜨를 '구독'해야만 틀 수 있다고?!
진짜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나만의 드림 카인 BMW 530i xDrive를 구매한 당신.

출처: BMW 공식 홈페이지
밀려오는 뿌듯함을 일단 뒤로하고 차의 여러 가지 기능을 눌러보다 열선 시트를 누르자 차에서 뜨는 하나의 메시지.
"열선 시트를 사용하시려면 월 2만 원을 내셔야 합니다"
농담이 아니라 실화다.
2022년 7월 BMW는 자사 차량 구매자를 대상으로 '차량 옵션 월 구독제'를 출시했다. 월 구독료를 내고 소프트웨어를 설치에 해당 기능을 사용하는 방식인데 여기에 포함된 기능은 하이빔 어시스턴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등이 있었는데 여기에 운전석, 조수석 열선 시트, 열선 핸들도 있어 논란이 됐다.

고객들의 분노에 의해 열선은 없어졌다. (출처: BMW Connected Drive)
당시 운전석・조수석 열선 시트는 월 24,000원, 열선 핸들은 월 13,000원에 구독 판매가 됐는데 이는 엄청난 논란이 됐다. 애초에 차를 구매할 때 열선 설치 비용을 받아놓고 이 기능을 구독으로 판매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원래 한국은 열선 구독 대상이 아니었는데 실수로 BMW 한국 홈페이지에도 노출됐다고 한다. 그로 인해 안 들어도 될 비판을 엄청나게 듣게 된 셈.
결국 BMW는 구독 서비스 항목에서 이 기능을 제외하면서 이 문제 자체는 일단락이 됐지만 이는 '차량 구독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바꾸어놓았다.

'자동차 구독'에 대한 지식을 가볍게 알아보자
깔 땐 까더라도 일단 간단한 지식은 가지고 까도록 하자. 비난은 의미가 없으니까.
먼저 자동차 시장에 구독 서비스 바람을 일으킨 건 '테슬라'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로 구독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주고 있다. 심지어 대부분의 업그레이드를 '무선'으로 말이다.
자동차에 있는 중요 부품에는 제어기들이 있는데, 테슬라는 대부분의 제어기에 OTA 기술이 적용되어 있어 무선 업데이트(OTA, Over The Air)를 통해 제어기를 교체하지 않고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 쉽게 말해 하드웨어는 그대로인데 구독 서비스를 통한 업데이트로 차의 능력이 개선되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테슬라가 자동차에 혁신을 가져다준 건 사실이다. 차 자체에 아직 문제는 있는 듯하지만...
하지만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내비게이션이나 인포테인먼트(와이파이 연결, 오디오, 음성인식 등) 시스템에 한정적으로 OTA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구독을 통해 업데이트를 하더라도 테슬라처럼 '자동차의 성능 개선'보다는 운전자의 '편의성 개선'에 머문다는 점이다.
모든 제어기에 OTA를 설정하는 기술이 어디 쉽겠는가?
전부 바꾸긴 어렵지만 구독 서비스는 늘려야겠고... 그러다 보니 열선 시트를 구독화한다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열선이 설치된 차기 때문에 그 비용은 고스란히 받아놓고 말이다.
즉, 테슬라처럼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기존 자동차 시장은 소비자에게 이런 식의 '이중 지출'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 아우디의 한 마디 '에어컨, 구독으로 쓰세요'
BMW의 열선 파동을 지켜본 아우디. 그들의 선택은?
"구독 서비스를 더 강화한다"
위에서 말했듯 테슬라와 같은 구조라면 구독 서비스를 강화하더라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BMW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아우디는 올해 3월 새로운 A3를 공개했다.

2024년 아우디 A3 스포트백 (출처: 나무위키)
해당 모델은 25년에 미국에서 먼저 출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디자인에 일부 변화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 기능적으로 큰 변화가 없는데 문제는 일부 '기본 기능'을 구독제 옵션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하이빔 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같은 기본 기능도 구독을 해야 이용할 수 있는데 놀라운 건 '듀얼 존 실내 온도 조절', 즉 에어컨도 '구독'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는 거다. 애초에 이 기능은 차에 탑재되어 있어 이걸 지불하고 구매해야 되는데 구독을 통해 써야 하는 '이중 결제' 이슈가 또 발생한 것이다. 우려가 현실이 되어버린 셈.
일부 유럽에 먼저 적용된다고 하는데 유럽도 반발이 매우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태라면 이중 결제를 노린다지만 차 자체가 안 팔리게 생겼기 때문이다.
구독 결제로 확장하기 이전에 소비자에게 '쓸만한 가치가 있는 구독형 서비스'를 먼저 만들고 소구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