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태양광도 '구독'으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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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6. 25.
태양광 발전? 효율 떨어지고 자연 파괴하는 거 아냐?
일단 오해부터 확실하게 풀고 가자.
최근 산림을 훼손하고 태양광을 설치하는 기사를 접하면서 '태양광 발전은 효율도 떨어지는데 자연을 파괴한다'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겼다.
실제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기준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짓기 위해 훼손된 산림 면적은 5,669ha(1ha=10,000㎡)로 여의도 면적의 20배에 가까운 규모라고 발표했는데 이런 상황이니 부정적인 인식을 씻기가 여간 쉽지 않다.
일단 산림훼손에 대한 부분을 정리해 보면,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산지 태양광 규제가 해소되면서 허가 면적이 늘어나 생긴 일인데 2018년부터 산림 보호를 위한 다양한 규제가 신설되면서 산림 태양광 사업은 2018년 5,553건에서 2020년 202건으로 27배나 감소했다. 기존 사업장도 시설 전수 조사, 안전 관리 강화 등을 통해 더 이상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산림훼손이 진실이었다면, '효율이 떨어진다'라는 얘기는 거짓에 가깝다.
오해 1. 우린 산이 많고 땅이 적어서 태양광 발전에 적합하지 않다?
정답: 거짓
국책연구기관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을 재생에너지로 전부 생산할 수 있는데 그중 태양광 발전으로만 약 76%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용 가능한 일사량, 토지의 양, 기술 수준, 경제성을 싹 다 고려했는데도 말이다.
오해 2. 우리는 태양광 발전 기술이 부족하다?
정답: 거짓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태양광 발전 기술은 세계 10위권으로 우수한 편이라고 한다.
오해 3. 태양광 발전이 중금속 오염을 일으킨다?
정답: 거짓
중금속인 카드뮴이 포함된 카드뮴 텔루라이드(CdTe)를 이용한 태양광 전지가 실제로 존재하지만 국내에선 생산도 안 할뿐더러 단 한 건의 보급도 진행한 적이 없다. 국내에선 '결정실 실리콘계 모듈'을 활용하는데, 납 함량이 0.009%~0.02% 정도로 환경 기준치 0.1%보다 훨씬 낮다.
태양광 발전의 진짜 문제점은?
태양광 발전의 진짜 문제점은 저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태양과 지구는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녀석들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태양광 발전도 해가 떠있는 낮에 전기를 모아야 하는데 문제는 '저장할 곳이 없다'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사용량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온다면 강제로 발전을 중단해야 한다.
물론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면 발전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지만.
아무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라 불리는 'ESS(Energy Storage System)'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선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 번째는 ESS를 지을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원인 미상의 화재로 지속적인 손실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공간이야 그렇다 치고 화재가 특이한 변수인데, 2022년 국내 기준 ESS 관련 사고 피해액이 무려 450억에 달했다.
보통 ESS를 건물 내 설치하는데 화재 발생 시 조기 진압에 실패하면서 건물 내부까지 피해가 확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방청은 ESS 화재 사고를 전담하는 팀이 없다. 왜냐고? 예산이 애초에 낮은데 그마저도 줄었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소방청 전체 예산에서 ESS 예산의 비중은 1.1%인데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이렇게 저장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중소, 중견기업들은 사용하기 어려운 재생에너지가 되어버렸다.
태양광 에너지, 우리가 '구독'으로 팔겠어!
이 상황을 해결하려는 자가 등장했다. 심지어 '구독 서비스'로!
에너지 기후 테크 기업 엔라이튼이 국내 최초로 중소, 중견기업의 RE100 달성을 위한 'RE100 자가용 태양광 구독' 사업의 PF 대출을 성사시켰다.
출처: 엔라이튼
여기서 RE100이라는 생소한 용어가 등장하는데 RE100은 'Renewable Electricity 100%'라는 의미로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재생에너지를 통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탄소 배출량 0을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PF 딜을 통해 엔라이튼은 설비 용량 4.3MW 규모 사업에 대해 59억 원의 대출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또 MW에 대해 감이 안 오는 분들이 많으실 거 같아 부연 설명을 하자면,
태양광 발전은 평균 3.8시간 진행되며 이를 이용률로 환산하면 15% 정도이다. 1년에 태양광을 통해 만들어지는 전기를 계산해 보면 1,000kW x 0.15 x 24h x 365day = 1,314,000kWh 정도다. 1가구가 평균 5,600kWh 정도를 사용하니까 235가구의 전력량을 책임질 수 있는 양이다. 참고로 1MW를 만들기 위해선 축구장 1.5개 정도의 넓이가 필요하다.
엔라이튼은 이미 전국 55개 공장에 22MW 규모 지붕 태양광을 운영 중이고 대기업 및 중견기업 사업장에 25MW 이상 RE100 태양광 사업을 개발, 건설하고 있는 회사인데 수준 높은 엔지니어링 기술력이 이번 PF 성공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엔라이튼은 RE100 달성을 목표로 하는 중소, 중견기업에게 태양광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기의 구독 서비스라... 매우 참신하다. 과연 재생에너지가 구독을 통해 어느정도 매출을 낼 수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